- 평점
- 7.5 (2017.10.12 개봉)
- 감독
- 드니 빌뇌브
- 출연
- 라이언 고슬링, 해리슨 포드, 아나 데 아르마스, 실비아 혹스, 자레드 레토, 로빈 라이트, 데이브 바티스타, 맥켄지 데이비스, 히암 압바스, 카를라 유리, 바크하드 압디, 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 레니 제임스, 에드워드 제임스 올모스, 숀영, 마크 아놀드, 우드 해리스, 토마스 레마퀴스, 살리 함슨, 크리스타 코소넨, 엘라리카 존슨, 이스트반 고즈, 데이빗 벤슨
피조물인 인간은 인간을 닮은 무언가를 창조하고 싶어한다
눈의 진화
인간의 눈은 인간의 몸 중에서 가장 복잡한 기관이다. 1초에 천만 개 이상의 정보를 흡수하여 동시에 처리를 하며, 그렇게 받아들이게 되는 정보의 양은 전체의 80% 정도이다. 또, 변상증(變像症, Pareidolia)이라고 하여, 인간은 자신이 알고 있는 패턴과 유사한 현상 등을 접했을 때, 해당 패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가장 유사한 형태로 인식한다. 이러한 패턴 찾기 능력은 DNA에 새겨진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생존 기술 중 한 가지로, 점이나 선 3개만 있어도 사람의 얼굴로 인식할 정도의 반응성을 가지고 있다.
영화는 배경 설명 내레이션이 끝난 뒤, 누군가의 눈이 떠지며 시작된다. 과거 오프월드 개척 시 인간의 노예로 사용하기 위해, 타이렐사에서 만든 인조인간 리플리컨트는 연이은 폭력 반란에 의해 생산이 금지되고, 결국 타이렐사는 파산하게 된다.
합성 농법으로 기아를 해결하며 실력자로 부상한 니안더 월레스는 타이렐사의 유산을 손에 넣어 순종적인 리플리컨트 신모델을 제작한다. 이미 생산된 개체 중 유효기간이 없는 '넥서스 8'은 '블레이드 러너'들에 의해 추적당한 후 퇴역 처분된다.
LAPD의 블레이드 러너인 케이(KD6 -3.7, 식별코드)는, 타이렐사의 유산을 얻은 월레스사에서 제작한 '넥서스 9' 모델로, 인간들에게는 스킨잡(Skinjob), 양철 군인(Tinplate Soldier), 스키너(Skinner)등의 멸칭으로 불리고, 어느 정도 자유 의지가 있어 보이는 '넥서스 8'들에겐 배신자로서, 만들어진 의도대로 완벽한 인간의 노예로 여겨진다.
칼란다에서 몇 명과 탈영한 위생병 리플리컨트 모델 '넥서스 8'인 사퍼 모튼을, 모종의 이유로 연행하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 강한 저항 때문에 결국 사살하게 된다. 보고를 하기 위해 눈을 채취한 뒤 돌아가려는데, 노란 들꽃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눈(내리는 눈)은 동음이의어로서 케인 내면의 상징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장치로서의 역할을 한다.
피조물은 조물주의 형상을 닮는다
케이는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지만, 유일하게 조이만이 케이를 반겨준다. 조이는 월레스 사에서 만든 가상 애인 대행 인공지능 홀로그램으로, 집 안에 설치된 홀로그램 영사기가 없으면 외형을 표현할 수 조차 없다. 그런 조이에게 사랑하는 감정을 지닌 케이는 조이를 위해 어떠한 목적도 없는 '기념일'을 만들어, 어디서든 외형을 표현할 수 있는 기기 '에매네이터'를 선물한다. 그렇게 집의 구속에서 벗어나 조이는 맨 처음으로 밖을 나가 비를 맞게 되고, 그런 조이를 케이는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또 케이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책 창백한 불꽃도 읽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인간에 의해 창조된 피조물인 케이는 인간처럼 사랑을 하고, 독서로서 지적 유희를 즐기는 것을 볼 수 있다.
니앤더 회장은 리플리컨트가 '창조된 천사'라 표현하며, 9개의 세상을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름의 의미
창세기 2장에서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에게 각 피조물에게 명명하도록 하셨다. 이 작품에서도 어떤 의도가 있는 이름들이 줄곳 나오는데, 케이가 사랑하는 대상인 조이는 이름 그대로 케이에게 유일하게 즐거움과 인간다움을 주는 대상이 되고, 나중에 케이의 이름을 지어 주기도 한다. 또 니앤더 회장의 비서 러브는 유일하게 이름을 붙여준 리플리컨트로 자신이 '창조'한 최고의 '천사'라 칭한다.
주인공의 이름 케이(K)는 영어 알파벳의 순서대로 보면 11번째에 위치하였는데, 기독교에서는 10을 전체이자 완벽한 하나님의 질서로 보고, 12는 신성하고 완전한 하나님의 통치로 본다. 반면 11은 완전한 수인 10을 1 넘었고, 12에는 1 모자라 미치지 못하는 지나치거나 모자란 수, 즉 완벽함을 깨는 불완전한 무질서를 뜻하는데, 완전한 12로 향하는 길목에서 이전에 완전한 수인 10을 보며, 불완전해진 상태를 속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자, 심판을 통해 12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의 수로 비추어진다. 케이 역시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기억에 종속적인 자신을 해방시키고, 진정한 자신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한편 한글의 자음 11번째는 ㅋ이다.ㅋ)
+ 잡담
불쾌한 골짜기 현상은, 인간이 인간이 아닌 것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 관련된 로봇공학 이론으로, 로봇공학이 태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뒷받침할 실험적, 통계적 근거는 없다.
작 중 리플리컨트들은 인간과 다른 점이라고는 눈알 아래 있는 일련번호가 다이다. 그런데 왜 인간들은 리플리컨트를 혐오하는 것일까? 타이렐사 리플리컨트의 반란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그 역사가 길지 않다.
내 생각에 리플리컨트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우주를 정복하는 과학력에 비례하여 인간이 행복해야 하지만, 영화 속에서 보이는 인간의 삶은 오히려 더 안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언제나 탓할 대상이 필요하니 그 대상이 노예인 리플리컨트가 된 것은 아닐까?
+ 잡담 2
어딜 봐도 일개 공산품인 내가 어느 날 갑자기 특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 잡담 3
전작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 주인공이자 본 편의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릭 데커드 (Rick Deckard)'의 성 '데커드(Deckard)'는 게임 디아블로 2의 챕터 1 트리스트럼 마을의 장로이자 디아블로를 봉인한 마법사 집단인 호라드림의 일원으로 나오는 '데커드 케인(Deckard Cain)'으로 오마주 하였다. (아니다 이 악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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