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
- 8.5 (2005.11.10 개봉)
- 감독
- 미셸 공드리
- 출연
-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커스틴 던스트, 마크 러팔로, 일라이저 우드, 톰 윌킨슨, 게리 로버트 번, 토마스 제이 라이언, 제인 아담스, 데이비드 크로스, 라이언 휘트니, 데본 에이어, 아미르 알리 세이드, 브리안 프라이스, 폴리 릿, 조쉬 플리터, 로라 다엘러, 디어드리 오코넬, 로렌 애들러
영원한 햇살은 사실 알고 보니 맨인블랙의 플래시였다.
독특하고 참신한 이야기꾼, 찰리 카우프만에 대하여.
'이터널 선샤인'이 내 인생 영화가 되면서 탐닉했던 인물이 있다. 바로 영화의 시나리오를 맡은 '찰리 카우프만'이다. 그의 이야기는 굉장히 참신하다. 그래서 그런 그런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그가 부러우면서도 경이롭기까지 하다. 우선 그의 작품세계를 알려면 '존 말코비치 되기'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한 사람이 톱스타 '존 말코비치'의 의식으로 들어간다는 이야기로 여기서도 '찰리 카우프만'의 독특하고 참신한 발상이 돋보인다.
아내 로테에게 의존하며 사는 크레이그. 직장동료 맥신에게 무시당하며 별 볼 일 없이 살던 그는, 어느 날 사무실 구석에 있던 이상한 터널을 발견하게 된다. 그 터널은 바로 15분 동안 '존 말코비치'라는 톱배우의 머릿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였다. 크레이그는 그 안에 들어가 보는데 그 안에 있으면, 말코비치가 느끼는 감각을 자신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크레이그는 맥신에게 터널을 보여주고 맥신은 이 터널을 돈벌이로 쓰자고 제안한다. 크레이그에게 그 터널 이야기를 들은 로테는 터널을 이용해서 말코비치의 의식에 들어가 보고는, 남자가 느낄 수 있는 느낌에 매료되어 본인의 성정체성을 알게 된다. 말코비치를 유혹하려던 맥신은 로테가 이미 들어가 있는 말코비치와 사랑을 나누게 된다.
영화는 이렇듯 계속해서 남의 의식으로 들어가는 행위와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준다. '이터널 선샤인'은 의식에 들어가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바로 의식 속, 안 좋은 기억을 지우는 것이다.
그들에게 서로는 정말 안 좋은 기억이었을까?
조엘은 아침에 일어나 아무런 이유도 없이, 충동적으로 직장이 아닌 몬타우크로 가는 기차를 탄다. 그곳에 있던 클레멘타인 또한 마찬가지로 이유도 없이 그에게 말을 거는데, 이렇게 둘은 급속도로 서로에게 호감이 생기고 사랑에 빠진다.
사실은 과거에 연인 사이였던 조엘과 클레멘타인. 얼마 전 클레멘타인과 싸웠던 조엘은 그녀가 일하는 서점에 찾아 가지만, 클레멘타인은 그를 모르는 사람 취급한다. 그리고 패트릭이라는 다른 남자와 연인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고 조엘은 기가 차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한다. 친구는 마지못해 편지 한 통을 보여준다. 그 편지는 바로 기억을 지우는 회사 라쿠나로부터, 클레멘타인이 조엘을 기억 속에서 완전히 지웠기에 그에 대한 언급은 하지 말아 달라며 온 편지였다.
화가 난 조엘은 라쿠나사를 찾아가 자신도 마찬가지로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을 지워달라고 요구한다. 원장인 하워드는 지워진 기억의 당사자가 알게 된 실수를 만회하고자 조엘의 의식 속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워주기로 한다. 곧 조엘의 집으로 회사 직원 스탠과 패트릭이 찾아와 조엘의 의식 속에서 클레멘타인과 관련된 기억을 지우기 시작한다.
스탠은 조엘의 최근 의식으로 들어간다. 조엘의 최근 의식 속 클레멘타인과의 기억은 당연히 그리 좋지 않다. 서로 치열하게 다투고 공격했던 기억들이 점점 사라지면서 조엘은 그렇게 어렵지 않게 클레멘타인을 지워간다.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한편 이 전에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울 때 알았던 정보들로, 클레멘타인에게 접근해 사귀고 있던 패트릭에게 클레멘타인의 전화가 걸려 온다. 갑자기 불안하고 자신이 사라지는 것 같아 무섭다며 지금 와달라고 말하는 클레멘타인. 패트릭은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예전에 갔었던 찰스강에서 조엘이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데, 클레멘타인은 더욱더 무언가 잘못 돼 가고 있음을 느낀다.
스탠은 점점 조엘의 오래된 기억을 지워간다. 그 기억 속 클레멘타인과 조엘은 서로 사랑한 기억이 더 많다. 조엘은 그 기억을 지우는 것이 점점 괴로워지고, 기억 속 클레멘타인과 합심해 기억을 지우지 못하도록 클레멘타인을 창피하거나 부끄러워서 잘 기억하지 않았던 곳으로 숨겨 놓는다. 하지만 계속 그의 기억 속 클레멘타인은 지워지고 클레멘타인은 조엘에게
말한다.
몬타우크에서 만나자.
영화에서 라쿠나 사의 접수직원 메리가 원장인 하워드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알렉산더 포프'의 시 'Eloisa to Abelard'의 한 구절을 낭송하는 장면이 나온다.
The world forgetting, by the world forgot.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세상은 그녀를 잊고, 그녀는 세상을 잊어가네
티 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빛!
잊는 것과 잊히는 것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궁극의 행복한 상태, Eternal Sunshine.
그러나 다시 되묻고 싶다.
그들에게 서로는 정말 안 좋은 기억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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