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
- 8.3 (1999.11.13 개봉)
- 감독
- 데이빗 핀처
- 출연
- 브래드 피트, 에드워드 노튼, 헬레나 본햄 카터, 미트 로프, 자크 그레니어, 리치몬드 아퀘트, 데이빗 앤드류스, 조지 맥과이어, 유진 본듀런트, 크리스티나 카봇, 시드니 '빅 도그' 콜스턴, 레이첼 싱거, 크리스티 크로넨웨스, 팀 드 잔, 에즈라 버징턴, 찰리 델, 데이빗 리 스미스, 홀트 맥칼라니, 조엘 비소네트, 에이온 바일리, 에반 머랜드, 로비 로빈슨, 자레드 레토, 톰 고섬 주니어, 루 비티 주니어, 피터 라칸겔로
브래드 피트의 식스팩은 모든 남자의 워너비였다
변화는 고통으로부터 시작된다
영화의 시작은 입에 총을 문 주인공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타일러 더든이 지휘하는 폭파 놀이 프로젝트 메이헴(Project Mayhem)에 대한 설명인데, '파괴 위원회'가 소속되어 있고, 모종의 이유로 건물의 토대 기둥에 폭발성 젤라틴을 설치하여, 파괴를 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은 밀라 싱어라는 여성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이전으로 돌아가서, 주인공은 고환암 환우들의 모임에서 여유증이 있는, 흐느끼는 밥의 품에 안겨있다. 더 이전으로 돌아가면, 6개월 동안 불면증에 시달리며, 실생활에서 스치듯 환각을 보고 있는 주인공을 보여주는데, 증세는 점점 심각해져 졸다가 깨면 이상한 곳에 가 있게 되고, 어떻게 갔는지 모르는 상황까지 겪게 된다. 의사에게 약을 달라고 하지만, 의사는 약을 주지 않고, 진정한 고통을 겪고 싶으면 고환암 환자들을 만나보라는 제안을 한다. 이 때문에 주인공이 고환암 환우들의 모임에 가게 된 것이다.
밥은 보디빌딩 챔피언 출신이지만 로이더였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 손을 댄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다이아보놀'과 '위스터롤'을 사용하며 호르몬 불균형이 오게 된 밥은, 결국 고환암에 걸린 것이었다. 그렇게 여유증을 얻고, 아내와 자식들이 떠났다는 직설적이고도 솔직한, 밥의 죽음에 대한 고통 경험 고백에 직면한 주인공은, 밥의 품에 안기는 것이 '신의 젖가슴에 안기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고, 그렇게 자신을 억압하던 것들을 놓고, 밥의 품에서 펑펑 울게 된다.
(자신을 놓고 간 곳이 어둡고 고요하고 완전한 곳이었다는 독백이 어쩌면 임사체험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모든 희망을 버리자 자유가 찾아왔다
그날 밤 오랜만에 숙면을 취한 주인공은 여러 모임에 참석하여, 그들의 고통을 간접 경험하면서 자신을 내려놓는 일에 중독된다. 어떤 모임에서는 명상을 하며 상상 속 자신만의 동굴에서 자신의 수호동물 왕펭귄(King penguin)을 만난다. 그렇게 자신을 치유하는 휴가 같은 시간을 갖던 어느 날 남자들만 참석할 거라 생각했던 고환암 환우 모임에, 여성인 밀라가 나타나게 되면서, 그녀가 자신이 다니던 모임의 상당수에 나타났던 것을 기억하게 된다. 밀라를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더 이상 자신을 내려놓을 수 없게 되면서, 다시 불면증이 시작된다.
다시 명상을 하며 상상 속 자신만의 동굴로 들어가지만, 어쩐지 수호동물이 펭귄이 아닌 밀라로 바뀌어 있었다. 모임이 끝난 후 밀라를 다그치지만, 밀라는 자신을 꾸짖는 연습을 하는 것을 보았다는 말을 하며, 주인공이 해당 모임을 참석하기 위해 지은 가짜 이름인 '루퍼트'로 주인공을 부른다. 결국 밀라를 쫓아가며, 서로 참석하는 모임을 나누자는 의견에 합의하고, 모임 일정이 변화될 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밀라와 번호를 교환하고 헤어진다. 밀라는 마지막으로 주인공의 이름을 묻지만, 대답을 하지 못하고 비행기 안에서 깨어난다.
해방은 고통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불면증과 함께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다니던 어느 날, 옆자리에 앉아있던 비누 판매상 타일러 더든과 만나게 된다. 타일러는 주인공을 잘 아는듯한 말들을 하면서 '휘발유랑 얼린 농축 오렌지 주스를 같은 비율로 섞으면 네이팜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려주는데, 주인공은 그런 타일러에게 흥미를 느끼게 된다.
여행 가방이 째깍거려 공항 경비에게 압수당하게 되고, 그렇게 집에 갔더니 가스 폭발로 집이 없어져 있었다. 잔해 속에서 밀라의 연락처를 찾아 근처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하지만, 아무 말도 못 한 채 끊고 결국 타일러에게 연락하게 된다. 일회용인 줄 알았던 만남은 그렇게 타일러에게 이어졌고, 주인공이 원하는 남자상인 타일러에게 점점 더 호감을 갖게 된다. 술을 마신뒤 펍에서 나온 타일러는 갑자기 주인공에게 자신을 한 대 때려달라는 말을 한다.
먼저 타일러에 대해 설명하자면, 영사기 돌리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족영화에 성인영화의 한 프레임을 넣는 행동을 하고, 가끔 고급 호텔 연회에서 웨이터로 일하며, 손님이 먹는 음식에 테러를 하는 요식업게의 게릴라이자 테러리스트였다.
다시 펍으로 돌아와 주인공은 타일러의 말대로 타일러와 한바탕 하게 되는데, 그렇게 같이 살게 된다. 가끔 펍에서 한바탕 하던 주인공은, 그 일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며 펍 안에서 '파이트 클럽'이 자라나게 된다.
자기 계발은 자위행위에 불과해. 반면 자기 파괴는...
한편 얼마간 연락이 끊겼던 밀라에게 갑작스럽게 전화가 오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 밀라와 타일러가 만나게 된다. 그렇게 타일러와 자신의 집인 줄 알았던 공간에 밀라가 끼어들게 된다. (난 여기서 감독 데이비드 핀처가 주인공의 뇌 속에서 수행을 방해하는, 원숭이의 시끄러움과 색을 합쳐 표현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어느 날 지방 흡입수술의 잔여물인 인간 지방으로, 비누를 만들기 위해 작업을 하던 중, 타일러가 재의 이야기를 하며 주인공의 손에 화학적 화상을 입히게 된다. (난 이 장면이 영화 만다라에서 숙관스님이 소지(燒指) 공양을 하며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을 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주인공은 점점 타일러 화(化) 되어 간다.
모든 걸 잃었을 때만 뭐든지 할 수 있는 자유를 얻지
점점 분노에 휩싸이게 되는 '파이트 클럽'은 타일러의 과격한 통제 하에 점점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성장하게 된다. 그렇게 영화의 처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결국 주인공은 극단적인 남성성인 타일러를 선택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지만 법과 질서를 교묘하게 어기는 여성상 밀라를 선택한다.
일체유심조(一切惟心造)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 초기 대승불교의 핵심경전인 화엄경(華嚴經)에서 유래한 말로, 과거 원효대사께서 깨달음을 얻은 불교의 사상이다.
행복과 불행은 상황에 따라 또는 환경에 따라온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매우 큰 착각이다. 행복과 불행은 마음에서 지어내는 것이며, 그 누구도 날 행복하게 할 수 없고, 불행하게도 할 수 없다. 오직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면, 그것을 얻게 되는 것이다.
즉, 삶은 자신의 주관에 달려 있고,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말이다. 모든 사실은 그 해석에 따라 원본 그대로가 아닌, 그 해석의 진실이 된다. 자신에게서 발생한 마음과 그 마음을 통해 본 해석과 판단에 따라 외부 세계에 영향을 준다.
주인공은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 밀라, 타일러와 함께,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대로 현실을 변화시키지만, 학습된 사회적 통념과 자아비판 때문에, 결국 타일러와 멀어지게 되고, 자신이 가장 만족하는 순간 타일러를 없애고 밀라와 함께 그 끝을 마주한다. 결국 주인공 스스로 간절히 원하던 모든 것을 얻게 된다. 그 과정의 고통도, 노력도, 성취도 모두 주인공의 마음에서 열매를 맺고, 그 결실로서 얻어낸 것이다.
어쩌면 감독은 불교사상에 관심이 많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잡담
당시 브레드피트의 복근은 내 주변 남자들의 워너비였다. 지금 다시 봐도 멋있다.
+ 잡담 2
내가 아는 비누는 영화에서의 의미와 조금 다르다. 절대 남자끼리 있을 때 비누를 '주워'주면 안 된다. 절대!
근데 왜 하필 공교롭게도 '핑크색 비누'일까?
Don't Drop The Soap
+ 잡담 3
만약 영화처럼 내 안의 자아에게 주체가 생긴다면, 이 말이 가장 소름 끼칠 것 같다.
think of everything we've accompli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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